다시 공동체라디오를 생각한다
‘공동체라디오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공동체라디오의 프로그램은 어떠해야 하는가?’
지난 11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1회 아막(ARMARC, 세계공동체라디오연합)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의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이 회의는 나에게 공동체라디오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공동체라디오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또한 이번 회의는 개인적으론 큰 자극이 되었다. 영어가 공식언어로 진행된 회의는 나에겐 너무도 난감하였다. 생활회화도 제대로 못하는 내게 이번 회의는 곤혹스러웠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매번 영어를 제대로 익혀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더니 이런 난처함을 당하고 말았다. 국제연대를 위해서라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여야 겠다.
아막은 세계 곳곳의 공동체라디오운동을 지원하는 국제 시민사회단체이다. 이 단체는 공동체의 참여적 라디오 방송의 발전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연대의 원칙에 입각해 지원하고 지지하는 일을 하고 있다.
1983년 만들어져 현재 106개국 3000여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로 공동체라디오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국제 NGO이다.
본부는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있고 지역 사무실이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에 있다.
이번 아막 아시아태평양회의는 이 지역에서 열리는 첫 번째 회의이다. 지난해 네팔 카트만두에서 있었던 준비모임에서 이곳 인도네시아를 개최지로 선정하였다고 한다.
이번회의에서는 각 지역의 공동체라디오의 상황을 검토하고 법제화와 정책제안, 여성과 사회적 성, 공동체라디오 콘덴츠, 발전을 위한 정보통신기술, 주체역량의 향상, 소통권(Communication Right)에 대한 이슈들을 토론하였다. 또한 아막은 이 지역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공동체라디오 운동에 위협적인 요소가 되고 있고, 이는 또한 밀레니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 MDGs)의 실현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의 개선을 위해 이번 회의를 기획하였다고 한다.
이번 회의는 우리가 그동안 국제연대에 얼마나 게을렀는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국가의 동향에 너무 어두웠고, 국제적 동향에도 너무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돌아보게 하였다.
먼저 밀레니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 MDGs)라는 매우 낮선 단어에 어색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선 MDGs를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상정하고 있었다. 이 개념은 2000년 9월 뉴욕 국제연합 본부에서 개최된 밀레니엄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빈곤타파에 관한 범세계적인 의제였다.
191개 국제연합 참여국들이 2015년까지 극심한 빈곤과 기아의 퇴치, 초등교육의 완전보급, 성평등 촉진과 여권신장, 환경지속 가능성 보장, 발전을 위한 전세계적인 동반관계 구축을 실천하는 것을 촉구한 이 의제에 동의하였다고 한다.
이번 회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MDGs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공동체라디오가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논점이었다.
또한 소통권(Communication Right)의 증진과 인권과 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해 공동체라디오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를 위해 정말 아시아태평양 곳곳에서 자카르타로 모여들었다. 지도에서만 보아왔던 파푸아뉴기니, 피지 등의 태평양 섬나라에서부터 네팔, 파키스탄 등의 국가들에서 150여명이 함께 하였다.
이들 모두의 열정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은 국내에선 참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그래서 회의는 매번 시간을 초과해서 끝나곤 하였다. 어디에서 저런 열정이 나는 것일까? 나에겐 저런 열정이 있기는 한 것 일까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24일과 25일 이틀간의 열띤 토론을 마치고 26일 이번 회의의 결과물인 선언문을 채택하기 위한 자리에선 더 열띤 논의가 있었다. 한글자라도 자기의 나라와 관련된 내용을 선언문에 포함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들이 있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영어실력을 갖고 있는 내가 그 논쟁에 끼어들 여지는 불행히도 없었다. 우리나라의 주파수 정책에 대한 경고문을 한 글자라도 포함시켰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순간이었다.
결국 국내 상황과 관련해 한 글자도 포함시키지 못한 채 선언문은 채택되었다. 선언문은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 보장된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재확인하며 시작하고 있다.
이어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증진하며 이에 방해하는 국가나 기관에 도전할 필요성과 이를 위해 연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어서 각국의 정부에 보내는 요구조건들이 나열되어 있다. 끝으로 MDGs의 달성을 위한 공동체라디오가 강력한 매체라는 것을 각국 정부와 다자간 ․ 양자간 국제기구가 인식할 것을 요청하면서 아시아태평양 모든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의 발전을 보장하고 그런 매체들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 감동적인 선언문이었다. 내 자신은 과연 그동안 의견과 표현의 자유, 인권의 문제, MDGs로 표현되는 빈곤과 기아의 문제 등에 관심이 있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공동체라디오가 이런 의제를 달성하는데 매우 유효한 매체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공동체라디오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해외의 공동체라디오는 출력이 생각보다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필리핀만 해도 100와트를 사용하고 있고, 호주는 500와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태국은 200와트 정도라고 하고. 10와트로의 출력증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와 비교하면 너무 큰 차를 느낀다.
일본도 내년부턴 50와트로 높여는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니 우리의 목표치도 더 높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번 회의는 아시아 각국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 고민의 지점을 확인하면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회의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번 회의를 위해 노력해준 인도네시아공동체라디오협의회, 인도네시아 언론협회의 감사하며, 후원을 해준 포드재단, 유네스코 등에도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이번 출장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신경 써주시고, 힘써 주신 정용석 회장님께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동체라디오 국제회의를 개최할 날을 기다리며 글을 맺는다.
송덕호(커라협 사무국장, 마포FM 편성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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